루이스 세 흐루베다의 사랑 소설을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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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중고서점 진열대에서 이 책을 발견했어요 맨 밑에 칸에 꽂혀있었는데도 시선이 간 거예요 다리를 웅크린 채 꺼내봤어요. 표지에는 이구아나, 앵무새, 개구리, 뱀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제목에도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가벼운 제목과 이국적인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 덕분에 정말 유쾌해 보였습니다. 도대체 전체가 뭘까 하고 알아봤는데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더라구요.
바로 구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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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산 루이스 지방에서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타시모 새크라멘토 에스투피냥 오타바로와 혼인하며 살고 있지만 넉넉지 못한 생활 모습과 주변의 시선(그 두 사람은 혼인 기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다)을 피해 <약속의 땅> 엘 디리오로 이주한다. 무심코 이들은 2헥타르의 밀림과 낫 삽 쟁기 두 그루의 씨를 받아 밀림을 개간해야 하는 개간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땅을 갈고 씨를 뿌려도 우기에 자라는 밀림의 풀을 감당할 수 없었고 밤이면 밀림의 짐승 때문에 무서움에 떨었다. 잠시 후 이들이 모기에 물리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채 포기했을 때 그들을 불쌍히 여긴 원주민 수아르족의 도움을 받아 정글에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내는 말라리아에 죽고 그는 홀로 남았지만 수아르족과 어울리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수아르족과 떨어져 살면서 그는 글을 못 쓰고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크레호를 타고 정기왕진을 오는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아 연애소설(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련을 겪지만 결국 행복하게 끝나는 그런 소설)을 몇 권 빌려 읽으며 외로운 삶을 달래고 편안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로 시체가 흘러나오고. 그러던 것이 밀렵꾼들이 어리석게 기우제를 하는 바람에 어린아이와 수컷을 공격하고 암살이 인간 사냥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지면 마을은 공포로 뒤덮인다. 어느덧 다른 마을 사람들이 암살당하는 바람에 머리와 몸통이 잘려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방에서 연애소설을 읽던 노인의 평화는 깨지고 가장 영리하게 아마존을 잘 안다는 이유로 암살 괭이와의 일전에 뛰어들게 된다.
3
밀림의 밤이 점점 깊어 가는 가운데 나무에 등을 기댄 노인은 아까부터 숲속을 응시한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사이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가 있었지만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곤충이나 벌레를 잡아먹으며 오랜만에 포식을 즐기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기쁨에 겨워 물 위로 뛰어올랐다 떨어지는 소리였다. (120면)
이 소설은, 기대했던 대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는 없었지만, 자연의 모습과 그것과 관련되어 살아가는 원시적인 인간의 삶의 방식을, 감각적이면서 인상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암살괭이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를 따라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추리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돌이켜보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 또 한 명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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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한 문장

두 사람 앞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난 것은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반쯤 벌거벗은 몸에 얼굴과 머리와 팔을 갖가지 과즙으로 칠한 이들은 그곳 원주민인 수아르족의 인디오였다. 이들을 보다 못한 인도어들이 동정심을 품고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그때부터 둘은 사냥, 물고기 잡는 법, 호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집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 고르는 법을 익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글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었다. (51면)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새크라멘토 에스투피냥 오타바로는 2년째를 넘기지 못했다. 그는 말라리아에 걸려 뼈를 태우는 듯한 고열로 신음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 순간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용서하되 실패만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곳에 남아 사라진 기억을 안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저주받은 땅을 증오한 그는 그의 사랑과 꿈을 앗아간 푸른 지옥의 세계에 복수하고 싶었다. 눈을 감으면 아마존 밀림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가 밀림을 증오했을 정도로 밀림을 모른다는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52면)
그는 수아르 족이 사냥을 떠났다. 그들에게서 들소, 들쥐, 칼핀초, 작은 멧돼지, 원숭이, 새, 파충류 등을 잡는 법을 배웠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소리가 나지 않게 다가가 입으로 부는 화살로 감쪽같이 해치우고 창을 던지며 눈앞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았다. 그는 그 동안 그들의 언어도 익혔다.그는 인디오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가톨릭을 믿는 농부라는 사실을 떨쳐버렸다. 새로 이주한 개간자들은 정신나간 사람이라며 쳐다보았지만 원주민인 인디오들처럼 거의 맨몸으로 다녔다. 자유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밀림에서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그 사이 서서히 밀림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주인 없는 푸른 세계에 매료돼 가슴속에 간직해 온 증오심을 잊었다. (52~53면)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가 수아르족과 사는 동안 연애소설을 찾지 않았다. 문득 외롭거나 여자가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수아르족이 아니어서 그 부족에서 아내를 맞을 수도 없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 않다. 언제나처럼 우기에 그를 맞은 수알족이 자신의 신분과 가문에 영광이라고 말한 뒤 부인들 가운데 한 여자를 받아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수아르족 인도어가 낳은 여인은 그를 데리고 강가로 향했다. 그녀는 그녀에게 말하고는 몸을 씻고 향수를 뿌렸다. 이어 오두막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돗자리 위에 누워 화톳불을 향해 두 다리를 올린 채 서서히 몸을 녹이며 고기를 저었다. 그러는 동안 그들 육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쾌락의 기쁨을 노래하는 여자의 콧소리 섞인 어네스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영원한 사랑이었다. 오로지 사랑 자체를 위한 영원한 사랑이었다. 소유도 질투도 없는 사랑이었다. 그 순간을 누시뇨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누구도 초탈의 순간에 있는 타인의 천국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62면) 나는 글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할 해독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읽을 것이 없었다. (72면)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책 한 권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우기를 보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고독이라는 동물에 붙잡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쓸쓸한 강당에 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뒤 유유히 사라지는 교활하기 짝이 없는 동물 같았다. (76~77면)
사람들이 떠난 선착장에는 뚱보가 홀로 남겨진 빗줄기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검은 우산을 쓴 그 모습은 마치 잠시 비가 그친 순간 불쑥 솟아오르는 거대하고 흉포한 독버섯처럼 보였다. (92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낫 두 개가 짐승의 살에 박혀 빠져나갈 때마다 붉은 피가 흘렀지만 다시 살 속으로 스며들자 이미 빗물에 씻겨 시퍼런 날만 반짝였다. (98면)
엘 이딜리오의 마지막 집을 나오자 밀림이 시작되었다. 숲속은 울창하고 우거진 나무로 인해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굵은 물방울이 다양한 수목의 향기와 함께 낙숫물처럼 떨어졌다. 지붕처럼 하늘을 가린 널찍한 잎사귀와 가지에 고인 빗물이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밀림 속을 거니는 것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오솔길은 진흙탕인데다 함부로 침범한 나뭇가지와 풀 때문에 행군을 무디게 했다. 밀림의 밤이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나무에 등을 기댄 노인은 아까부터 숲속을 응시한 채 귀를 열고 있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사이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가 있었지만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곤충이나 벌레를 잡아먹으며 오랜만에 포식을 즐기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기쁨에 겨워 물 위로 뛰어올랐다 떨어지는 소리였다. (120면)
노인은 공포에서 자신을 감추라는 수아르족의 말을 떠올리며 가스등을 끄고 가슴에 엽총을 얹은 채 배낭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를 붙잡고 있는 상념들이 마치 강바닥에 가라앉는 조약돌처럼 스스로 침잠할 수 있도록 어둠 속에 자신을 맡겼다.(145면) "여보게,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그러나 대체 그런 생각은 어디서 기어나왔는가?" 대답해 봐, 이 늙은이 같은 생각은 어느 나무 밑에 숨어 있었는가? 그게 너의 무서움이었니? 그래서 겁에 질려 몸 하나 숨길 수 없게 되었단 말인가. 이봐, 노인.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무서움이란 놈은 자네를 찾아낼 거야. 마치 네가 사탕수수 줄기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의 여명을 볼 수 있듯이. (152~153면)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153쪽) 노인은 상처 입은 수컷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컷은 눈꺼풀조차 들어올릴 힘도 없는지 인간의 손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짐승의 최후를 환영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흰개미였다. 노인은 수컷의 가슴팍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친구, 미안하다. 이 빌어먹을 놈아, 양키가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놓은 거야.(160면)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수건으로 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한 백인에게, 촌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부자들에게, 아니 아마존 처녀성을 유린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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